1971년 서울대 미대 신입생 환영회 때 회화과 대표로 노래를 부르고 싶다며 2명의 여학생이 용감하게 손을 들었습니다. 전설적인 여대생 걸 그룹 '현경과 영애'가 탄생한 순간이었는데요, 두 사람은 데뷔 음반을 발표하면서 음악 활동을 시작했지만, 데뷔 음반은 곧 은퇴 음반이 되었습니다.
(목차)
1. 아티스트 현경과 영애 스토리
2. 대표곡 감상 / 가사 / 멜로디악보
3. 아티스트 현경과 영애 노래 모음
1. 아티스트 현경과 영애 스토리
1971년 서울대 미대 신입생 환영회 때 회화과 대표로 장기자랑을 위해 며칠간 연습한 두 사람은 당시 유행한 팝송 'Seal With The Kiss' 등을 맛깔나게 부르며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이렇게 우연히 팀을 결성한 두 사람은 '순수하게 아마추어가수로 대학 시절 4년간만 활동하며 소중한 추억을 남기자'는 시한부 활동 약속을 했습니다.
'현경과 영애'는 마침 서울대 미대 선배 '김민기'의 주선으로 유명 DJ 최동욱이 진행한 동아방송의 '3시의 다이얼'에 출연했고 첫 방송 출연 소식을 들은 미대 동창생 김덕년이 자신들의 노래가 없어 고민하던 두 사람에게 자작곡 '얘기나 하지'를 건넸는데 이 곡이 '현경과 영애'의 공식 데뷔곡이 되었습니다.
이후 '현경과 영애'는 이장희, 윤형주 등의 포크 뮤지션과 방송국 PD, 라디오 DJ등과 친분을 쌓으며 대학 축제 무대를 중심으로서 활발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공연 때 늘 백 코러스를 자청하여 ‘우’, ‘와’ 같은 화음을 즐겨 넣는 바람에 ‘더 와우스’라는 애칭을 얻기도 했습니다.
이름이 알려지면서 업소의 출연 제안이 뒤따랐지만 두 사람은 단호히 거절했고, 그 바람에 업소 출연이나 TV 출연이 잦았던 다른 포크 가수들에 비해 이들의 대중적인 인지도는 그리 높지 않았죠. 하지만 당시 서울대에서는 ‘현경과 영애 음악 듣기 모임’까지 결성할 만큼 골수팬들이 생겨났습니다.
세월은 흘러 졸업을 앞둔 '현경과 영애'는 직업 가수 데뷔의 유혹과 아쉬워하는 팬들의 반응 앞에 많이 흔들렸다고 합니다. 마침 오리엔트 기획의 나현구 사장이 졸업 기념 음반 제작을 제의해오자 대학 시절 불러온 노래를 졸업 기념으로 1장의 음반에 남기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 싶어 선뜻 녹음에 응했습니다.
보통 가수들은 데뷔 음반을 발표하면서 음악 활동을 시작하지만 '현경과 영애'는 처음의 다짐대로 데뷔 음반이 곧 음악 활동의 마지막이었습니다. 두 사람은 녹음할 때 평소처럼 화음을 구사하고 싶었지만, “단순한 화음이 긴 생명력을 지닌다”는 제작자 나현구 사장의 설득을 받아들였고, 이들은 평소처럼 화음을 구사하는 창법이 아닌 번갈아 노래하고, 때로는 같이 호흡하는 방식으로 녹음했습니다.
이들은 클래식 기타 세션을 원했지만, 밴드 '동방의 빛'이 반주를 맡았고 '현경과 영애'의 녹음 소식을 들은 음악 친구들과 우연히 녹음실에 들렸던 쟈니 브라더스 출신의 선배가수 김준이 코러스를 자청해 참여했습니다.
1974년 대도레코드에서는 '현경과 영애'의 유일한 독집 앨범을 발매했는데 대학 졸업을 앞둔 그해 11월 30일 서울 약수동에서 동네 강아지와 함께 촬영한 사진으로 앨범 커버를 장식한 이 음반은, 그들의 데뷔작이자 그간의 음악 활동을 정리하는 일종의 은퇴 기념 음반이었습니다.
총 10곡의 수록곡은 1970년대 포크의 원형질을 담은 순수 결정체였습니다. 김민기의 곡 '아름다운 사람'은 1절을 이현경이, 2절을 박영애가, 3절은 둘이 함께 불렀습니다. 노래를 만든 김민기는 “그 누구도 따라갈 수 없는 최고의 노래”라고 감탄했었고 '세노야'의 작곡가로 유명한 서울대 음대생 김광희의 곡 '나 돌아가리라'도 포크의 명곡입니다.
원곡을 넘어 대중에게 가장 사랑받았던 '그리워라'는 스페인 보컬 그룹 '모세다데스(Mocedades)'의 'Adios Amor'가 원곡이고, 페기 리의 캐롤 'O Ring Those Christmas Bells'이 원곡인 '종소리'는 폴카 리듬의 흥겨운 곡입니다. 다채로운 화음과 코러스가 더해지면서 점점 템포가 빨라지는 밝고 경쾌한 '참 예쁘네요'는 피터 폴 앤 메리의 'Oh, Rock My Soul'의 번안곡으로 당대 청소년의 사랑을 듬뿍 받았습니다.
이현경의 자작곡 '님의 마음'과 '바다에서', 이장희 곡 '눈송이' 등도 하나같이 1970년대 청소년이 사랑했던 노래였습니다.
마침 당시는 군사정권의 통제가 극에 달했던 문화 암흑기였는데 녹음한 김의철의 곡 '저 하늘에 구름 따라'와 '마지막 교정', 그리고 조동진의 곡 '마지막 노래'는 '마지막이라는 표현이 불손하다'는 이유로 금지되어 음반에 수록하지 못했습니다.
박영애는 이에 대해 “곡이 너무 좋아 즐겨 불렀던 김의철과 조동진의 곡을 수록하지 못해 너무 아쉬웠어요. 특히 조동진 곡 '마지막 노래'는 '다시 부르는 노래'로 제목을 바꿔 불렀을 만큼 우리가 가장 사랑했던 곡이었죠. 조동진의 '작은 배' 녹음 때는 우리가 백 코러스로 참여한 적도 있습니다”라고 회고했습니다.
현재는 한국 명품 포크 음반으로 평가받지만, 밴드 '동방의 빛'의 세션으로 음반을 발매한 당시 포크 애호가들은 “노래를 망쳤다”며 비판하기도 했는데 순수하고 맑은 '현경과 영애'의 노래들은 단순했지만 암울했던 당시 젊은이들의 영혼을 치유해준 세레나데였습니다.
이 앨범은 2003년 리듬온에서 LP와 CD로 재발매했고, 2016년 다시 LP로 제작했습니다.
2. 대표곡 감상 / 가사 / 멜로디악보
1) 그리워라
햇빛 따스한 아침
숲속길을 걸어가네
당신과 둘이 마주 걸었던
이 정든 사잇길을
보랏빛 꽃잎 위에
당신 얼굴 웃고 있네
두 손 내밀어 만져보려니
어느새 사라졌네
그리워라
우리의 지난날들
꽃잎에 새겨진
사랑의 이야기들
그리워라
우리의 지난날들
지금도 내 가슴엔
꽃 비가 내리네
다정했던 어느날
호숫가를 거닐었지
하늘거리는 바람 불어와
꽃비가 내렸지
흘러가는 물위에
아롱지는 두 그림자
우리 마음도 우리 사랑도
꽃잎되어 흐르네
그리워라
우리의 지난날들
꽃잎에 새겨진
사랑의 이야기들
그리워라
우리의 지난날들
지금도 내 가슴엔
꽃비가 내리네
그리워라
우리의 지난날들
꽃잎에 새겨진
사랑의 이야기들
그리워라
우리의 지난날들
지금도 내 가슴엔
꽃비가 내리네
꽃비가 내리네
2) 아름다운 사람
어두운 빛 내려오면
처마밑에 한 아이 울고 서 있네
그 맑은 두 눈에 빗물 고이면 으으음
아름다운 그 이는 사람이어라
세찬 바람 불어오면
들판에 한 아이 달려가네
그 더운 가슴에 바람 안으면 으으음
아름다운 그 이는 사람이어라
새하얀 눈 내려오면
산 위에 한 아이 우뚝 서 있네
그 고운 마음에 노래 울리면 으으음
아름다운 그 이는 사람이어라
그 이는 아름다운 사람이어라
3) 참 예쁘네요
참 예쁘네요
간밤에 봄비가 왔어요
가지엔 새싹이 돋네요
내 눈에 비치는 세상이
참 예쁘네요
새빨간
딸기가
왔어요
참 예쁘네요
새빨간 딸기가 왔어요
새빨간 딸기가 왔어요
모두 다 이리로 오세요
참 예쁘네요
간밤에 흰눈이 왔어요
간밤에 흰눈이 왔어요
가지엔 눈꽃이 폈네요
참 예쁘네요
간밤에 흰눈이 왔어요
간밤에 흰눈이 왔어요
가지엔 눈꽃이 폈네요
참 예쁘네요
다 같이 노래를 불러요
힘차게 손뼉을 치면서
다 같이 노래를 불러요
참 예쁘네요
다 같이 노래를 불러요
힘차게 손뼉을 치면서
다 같이 노래를 불러요
참 예쁘네요
다 같이 노래를 불러요
모두가 즐거운 노래를
다 같이 노래를 불러요
참 예쁘네요
다 같이 노래를 불러요
모두가 즐거운 노래를
다 같이 노래를 불러요
참 예쁘네요
4) 다시 부르는 노래
서러워 말아요
꽃잎이 지는 것을
그 향기 하늘 아래
끝없이 흐를 텐데
그 향기 하늘 하래
끝없이 흐를 텐데
아쉬워 말아요
지나간 바람을
밀려오는 저 바람은
모두가 하나인데
밀려오는 저 바람은
모두가 하나인데
부르지 말아요
마지막 노래는
마지막 그 순간은
또다시 시작인데
마지막 그 순간은
또다시 시작인데
3. 아티스트 현경과 영애 노래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