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음악 에세이 4

[선한 영향력] 거울 속 나의 얼굴은? / 얼굴 - 윤연선, 최백호

내가 출석하는 교회에는 매우 인자하고 늘 웃고계신 장로님과 권사님 부부가 계신다. 주일에만 가끔 뵙기는 하지만 그분들의 얼굴을 보고 있자면 이유없이 기분이 좋아지고 내 얼굴에도 미소가 번진다.  두 분의 얼굴을 뵙고 얘기를 직접 나누어 보면 이 분들의 선함이 얼굴에 투영됨을 느낄 수 있는데, 교회에서의 일이라는 것이 반드시 좋은 일만 있는 것도 아니고, 때로는 불쾌한 일을 맞딱드리기도 하실텐데 나는 십수년을 뵈면서 이 분들이 화를 내기는 커녕 인상 한 번 찌푸리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장로님은 동네에서 철물점을 하시는데 어느날 내가 필요한 물건을 사러 갔을 때 소위 '진상 손님'을 상대하고 계셨을 때가 있었다. 새파랗게 젊은 진상은 뭐가 그렇게 마음에 안들었는지 나이 드신 장로님께 입에 담지도 못할 욕을..

[산행, 등산, 둘레길] 송창식 - 토함산

아주 오래전의 일입니다 대학시절 그 청춘의 절정에서 넘치는 스태미너를 주체하지 못해 축구를 하든, 테니스를 하든, 배드민턴을 하든 운동은 음악을 제외하고는 늘 나의 지대한 관심사였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교내 게시판에 등산동아리 회원을 모집하는 광고가 붙어서 별 고민없이 동아리 사무실로 찾아갔고 회원으로 바로 등록했습니다 그런데, 그 동아리는 아직 동아리의 조직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신생 동아리였고 리더 한두분만 빼고는 대부분의 회원이 등산 생초보였습니다. 심지어는 동아리 명칭도 없던 상태였죠. 동아리의 이름을 짓기 위해 몇번의 천체 회의를 거쳤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동아리 공식 첫 산행을 맞게 되었습니다. 산행의 목적지는 지리산 천왕봉. 생 초보에게는 지옥이나 다름없는 코스였지만 등산 초보였던 우리..

[모내기 단상] 어린 모가 황금 벼가 되기까지 / 조정희 - 참새와 허수아비, 송창식 - 참새의 하루

제가 살고 있는 곳은 너무 외지지 않는 도시의 외곽입니다. 우리 동네에는 신축아파트와 상가도 있지만 드문드문 논과 밭도 있죠. 아주 어릴 때를 제외하고 한평생을 도심에서만 살아온 저에게는 이 같은 풍경들이 조금은 생경하게 느껴집니다. 최근에는 논에 물을 대고 모판을 논 한쪽면을 따라 쭉 나열하여 이앙기가 쉽게 모내기를 할 수 있도록 준비해 두었거나 조금 빠른 곳은 모내기를 끝낸 곳도 어렵잖게 보입니다. 이런 곳은 가을에 추석 햅쌀을 출하할 수 있겠죠?  그런데 모판의 모를 이앙기로 쭉 심어놓은 어린 모를 보면 "이게 잘 자라 가을에 황금 벼가 될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작은 바람에도 휘청이고 겨우 몇센티 정도의 논물에도 잠겨버릴 듯 위태위태한 모습들을 보면 이런 의구심이 드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어버이날 및 가정의 달 단상] 산울림 - 노모(老母), 청춘(靑春) / 정수라 - 아버지의 의자 / 주경숙 - 아버지의 꽃

흔히 5월은 가정의 달이라고 하는데요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부부의 날 등이 줄줄이 포진되어 있으니 그렇게 불릴만도 합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은 그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기념일일 겁니다. 조금 더 그 범위를 좁혀서 앞으로 살아갈 날이 창창한 어린이 보다는 상조가입을 고민할 정도로 살아갈 날이 그리 오래 남지 않은 아버지, 어머니에 관한 담론을 펼쳐 볼까 합니다  "아빠가 좋아? 엄마가 좋아?"어릴 때 이 질문이 던져지면 괜히 눈치를 보며 저는 매우 현실적인 선택을 하기도 했습니다. 즉, 아버지 앞에서는 "아빠!"라고 했고 엄마 앞에서는 "엄마!"라고 했습니다. 두분 앞에서는 당연히 중립기어를 박으며 묵비권을 행사했죠. 그렇게 오손도손, 옹기종기 작은 행복을 누리며 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