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살고 있는 곳은 너무 외지지 않는 도시의 외곽입니다. 우리 동네에는 신축아파트와 상가도 있지만 드문드문 논과 밭도 있죠. 아주 어릴 때를 제외하고 한평생을 도심에서만 살아온 저에게는 이 같은 풍경들이 조금은 생경하게 느껴집니다.
최근에는 논에 물을 대고 모판을 논 한쪽면을 따라 쭉 나열하여 이앙기가 쉽게 모내기를 할 수 있도록 준비해 두었거나 조금 빠른 곳은 모내기를 끝낸 곳도 어렵잖게 보입니다. 이런 곳은 가을에 추석 햅쌀을 출하할 수 있겠죠?
그런데 모판의 모를 이앙기로 쭉 심어놓은 어린 모를 보면 "이게 잘 자라 가을에 황금 벼가 될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작은 바람에도 휘청이고 겨우 몇센티 정도의 논물에도 잠겨버릴 듯 위태위태한 모습들을 보면 이런 의구심이 드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저는 작년 가을 저는 방금 언급한 논에서 누렇고 실한 벼가 수확되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요즘은 논일도 거의 농기계가 다하는 편이라 모내기때도 수확할 때도 사람을 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트랙터와 이앙기, 콤바인, 탈곡기 등이 논일을 거의 다 해주고 있어서 그래서 옛날 농부들이 해왔던 노동요나 품앗이 등은 찾아볼 수 없지만 그래도 수확의 기쁨은 그대로 인가 봅니다.
돌이켜보면 갓 모내기를 끝낸 어린 모가 이렇게 까지 잘 성장해서 결실을 맺어주는 것을 보고 정말 신통방통했는데요, 그 어린 모에게도 성장하는 동안 어찌 시련이 없었겠습니까. 장마, 폭풍우, 태풍, 가뭄, 수해 등등 하늘의 일을 우리가 알지 못하듯 모의 성장과정에서도 아주 매운 시련의 시간은 반드시 있었고 이를 이겨낸 벼가 자랑스럽게 황금빛 훈장을 주렁주렁 달 수 있었던 것이겠죠?
우리네 인생도 마찬가지로 수많은 시련과 역경을 넘어오고 또 넘어오면서 더 나은 품성을 갖게 되고, 그야말로 '사람'이 되어가는 것이라 여겨집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인생을 이야기 하자면 소설책 몇권 분량은 거뜬히 될 것이라고들 말합니다. 시련과 역경은 나에게만 오는 것이 아니고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다 오는 것이어서 힘든 일에 맞설 때 그리 절망할 것도 없고 미리 고개 숙일 것도 없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같은 입장을 가진 사람들과 서로 의지하면서 조금씩 조금씩 성장해 가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오늘은 어린 모가 황금 빛 벼로 되기까지의 과정을 여러분들과 함께 생각해 보았구요, 오늘 선곡한 곡은 조정희의 '참새와 허수아비'와 송창식의 '참새의 하루'입니다
참, 그런데 이거 아시나요? 왜 '모심기'를 '모내기'라고 하는지요? 곡을 다 듣고 말씀드릴게요~ ^^
[ 참새와 허수아비 ] / 조정희
나는 나는 외로운 지푸라기 허수아비
너는 너는 슬픔도 모르는 노란 참새
들판에 곡식이 익을 때면
날 찾아 날아온 널 보내야만
해야 할 슬픈 나의 운명
훠이 훠이 가거라 산 너머 멀리멀리
보내는 나의 심정 내님은 아시겠지
석양에 노을이 물들고
들판에 곡식이 익을 때면
노오란 참새는 날 찾아와 주겠지
*훠이 훠이 가거라 산 너머 멀리멀리
보내는 나의 심정 내님은 아시겠지
내님은 아시겠지
[ 참새의 하루 ] / 송창식
아침이 밝는구나 언제나 그렇지만
오늘도 재너머에 낟알갱이 주우러 나가봐야지
아침이 밝는구나
바람이 부는구나 언제나 그렇지만
오늘도 허수아비 뽐을 내며 깡통소리 울려대겠지
바람이 부는구나
햇볕이 따갑구나 언제나 그렇지만
오늘도 어데가서 물 한모금 추기고 재잘대야지
햇볕이 따갑구나
희망은 새롭구나 언제나 똑같지만
커다란 방앗간에 집을 짓고 오손도손 살아봐야지
희망은 새롭구나
이제는 졸립구나 언제나 그렇지만
아내의 바가지는 자장가로 부르는 사랑의 노래
이제는 졸립구나
'모내기' : 실내에서 키운 어린 모(판)을 '논으로 낸다'는 뜻입니다 = '모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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