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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 아티스트/차

'시대를 노래하는' 정태춘(박은옥) [프로필/스토리] - 북한강에서, 사랑하는 이에게, 정동진, 촛불, 봉숭아, 시인의 마을, 서해에서, 떠나가는 배, 탁발승의 새벽노래, 92장마 종로에서 [노래/가사/멜로디악보] 외 노래 모음

 

 


(정태춘 프로필)

출생 1954년 10월 10일
경기도 평택군 팽성면 도두리
(現 경기도 평택시 팽성읍 도두리 USAG 험프리스)
국적 대한민국
종교 불교 (법명: 한수)
데뷔 1978년 1집 '시인의 마을'
 

(박은옥 프로필)

출생 1957년
서울특별시
직업 가수
장르 포크 팝
활동시기 1979년 ~ 현재
종교 개신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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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1. 아티스트 정태춘 스토리

1-2. 아티스트 박은옥 스토리

2. 주요 음반 및 앨범 정보

3. 대표곡 감상 / 가사 / 멜로디악보

4. 아티스트 정태춘(박은옥) 노래 모음


1-1. 아티스트 정태춘 스토리

 

정태춘(鄭泰春, 1954년 10월 10일 ~ )은 사회성 짙은 "한국적 포크"를 추구해온 대한민국의 가수, 시인, 싱어송라이터, 문화운동가, 사회운동가입니다. 서정성과 사회성을 모두 아우르는 노랫말을 직접 쓰고 이를 국악적 특색이 녹아 있는 자연스러운 음률에 실어서 작품을 발표하기 때문에 한국의 대표적인 음유시인으로 불리는데요, 음악 활동에 그치지 않고 각종 문화운동과 사회운동에 열성적으로 헌신하는 운동가이기도 한 그의 활동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1990년대 초에 사전심의 폐지운동을 전개하여 1996년 헌법재판소의 '가요 사전심의 위헌 결정'을 이끌어낸 일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는 1954년 농사가 주업인 평범한 가정의 5남 3녀 중 일곱째로 경기도 평택군 팽성면 도두리에서 태어났습니다. 평택초등학교 5학년 때 미군부대를 다니던 큰 매형이 기타를 구해와 어린 시절부터 기타를 가지고 놀았던 것이 가수가 되기 위한 초석이었습니다.

 

악보를 몰라도 한 번 들은 노래는 곧바로 연주를 할 만큼 타고난 음악성은 주목을 받아서 평택중학교에 입학하자 그의 음악성을 눈여겨보았던 넷째 형의 권유로 현악반에 들어가 바이올린을 배우고 매형 집에서 클래식 음반을 들으면서 음악에 빠져들었습니다.

 

그러나 평택고 2학년 때 현악반이 밴드부로 통합이 되면서 공부는 뒷전으로 미루고 담배를 몰래 피우는 등 동네 음악 친구들과 어울려 다녔습니다. 그는 이 시기에 접한 팝송과 1970년대 초반 김민기를 포함한 포크송 가수들의 영향을 많이 받았고 성에 낀 버스 창문에다 시조 등을 즉흥적으로 지어 쓰는 등 문학에도 관심이 많았지만 교내 백일장에서 입상을 할 만한 실력은 없었다고 합니다.

 

 

1972년 서울대 음대에서 정식 레슨을 받으며 재수생활을 시작했지만 공부보다는 자신의 외모에 불만을 갖는 등 사춘기의 열병으로 크게 방황했습니다. 이런 반골정신은 1972년 10월 유신 발표 성명을 들으면서 재수 생활을 때려치우고 짐을 쌌을 정도였었고 말도 없이 가출해 밀양의 목욕탕 보일러 화부로 일하다 셋째 형에 이끌려 고향 집으로 돌아와 농사일로 한동안 소일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가시지 않은 열병 때문인지 삭발을 하거나 목포, 울릉도, 제주도로 가출하기도 했는데 그의 초기 곡들은 대부분 방황하던 이 시기, 재수를 시작하면서 짓기 시작한 것들입니다. 고향 마을의 풍경과 방황하고 싶은 마음을 솔직하게, 일기나 시를 쓰듯이 털어놓을 때 그는 행복을 느꼈다고 합니다.

 

 

그를 고향에서 확실히 떠나게 한 계기는 군입대였는데 1975년 입대 후 인천부근 해안가와 고양경찰서 기동 타격대에서 군복무를 하면서 기타도 없이 '시인의 마을', '사랑하고 싶소', '서해에서' 등 많은 곡들을 썼습니다. 1978년 6월 제대 후 안면이 있었던 경음악 평론가 최경식의 주선으로 서라벌 레코드사와 인연을 맺고, 그동안 차곡차곡 모아두었던 자작곡으로 데뷔음반을 냈습나다.

 

11월에 첫 음반이 나왔으니까 제대하자마자 출반을 한 셈인데 음반을 준비하던 중 신인가수 박은옥과 만나 연애를 시작하였고 1979년 MBC 신인가수상과 TBC 방송가요대상 작사부문상을 수상했습니다.

1980년 5월 그는 박은옥과 결혼했는데 이 시기 그와 박은옥은 방송에 출연하는 인기연예인 노릇이 맞지 않는 옷처럼 너무나 불편하고 힘들었다고 합니다. 1980년 1월 두 번째 음반 '사랑과 인생과 영원의 시'를 발표했지만 반응은 좋지 않았습니다. 첫 번째 음반의 성공에서 그의 재질을 인정한 음반사가 두 번째 음반에서는 선곡을 그에게 맡겼고, 이에 따라 첫 번째 음반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았던 그의 본래의 모습이 뚜렷하게 드러나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당연하게도 상업적 성공과는 거리가 먼 것이었고 음반사로부터의 생활비 지급이 중단되는 굴욕을 겪기도 했으며 결혼까지 하고서 경제적 궁핍을 겪었습니다.

 


1978년 데뷔곡 '시인의 마을'이 한국공연윤리위원회 심의 끝에 상당 부분 개작되어 데뷔 음반에 수록된 것을 계기로 대한민국의 가요 사전심의 제도에 대한 반대 운동을 시작하였습니다. 1990년 '아, 대한민국', 1993년 '92년 장마, 종로에서' 등 비합법 음반을 내면서 사전심의 폐지운동을 전개하여 1996년 헌법재판소의 '가요 사전심의 위헌 결정'이라는 성과를 얻어냈으며, 이 해 부부가 함께 민족예술상을 수상하였습니다.

 


1980년에 박은옥과 결혼하여 여러 장의 부부 합작 앨범을 발표하였으며, 슬하에 1명의 딸이 있습니다. 외동딸 정새난슬은 일러스트레이터로, 2013년 4월 20일 인디 펑크 록 밴드 럭스의 리더 원종희와 결혼하여 딸을 두었으나 2년만에 이혼하였고, 2015년 11월 EP 앨범 '클랩함 정션으로 가는 길'을 발표하고 싱어송라이터로 데뷔하였습니다.


1-2. 아티스트 박은옥 스토리

 

박은옥(朴恩玉, 1957년 ~ )은 서울특별시에서 태어난 대한민국의 포크 가수입니다. 남편이자 역시 가수인 정태춘과 듀엣곡을 많이 불렀으며, 1979년 '회상', '윙 윙 윙' 등으로 가수로 데뷔했습니다. 김민기, 양희은과 비교되는 음유시인으로, 서정적인 분위기와 토속 노랫말 등으로 한국 포크음악의 전형으로 불립니다. 일반 대중가요 정서에서 벗어나 우리의 삶과 현실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진보적인 역사의식을 담아낸다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1980년 신인가수로 활동하던 시절 같은 처지의 가수 정태춘을 만나 결혼한 후, 텔레비전에도 출연하는 등으로 연예인 생활을 시작하였으나 오락 프로그램에는 소질이 없는 것을 발견하고 고민을 하였습니다. 두 번째, 세 번째 음반의 연속 실패로 경제적으로 어려워 졌는데 딸 정새난슬도 태어나게되어 야간업소 출연까지도 생각해봤지만 예능이 어려운 포크가수가 설 자리는 없었습니다.

네 번째 음반 '떠나가는 배'는 크게 성공했고, 이후 '북한강에서' 또한 대 히트를 기록하면서 전국적으로 정태춘 박은옥 열풍이 불었습니다.

 


2009년 9월 정태춘·박은옥 부부의 데뷔 30주년을 맞아 사회·문화·예술계 인사 100명이 기념사업 추진단을 만들었습니다. 정태춘·박은옥의 음악사적, 사회적 의미를 조명하는 이 모임에는, 배우, 가수, 음악평론가, 작곡가, 영화감독등을 비롯해 시인, 변호사, 교수, 언론인 등 다양한 분야의 인사가 참여했습니다.

기념사업 추진단은 첫 활동으로 10월 27일~11월 1일 서울 정동 이화여자고등학교 100주년 기념관에서 ‘정태춘·박은옥 데뷔 30돌 기념 공연 - 〈다시 첫 차를 기다리며〉'를 열었습니다.

 


2. 주요 음반 및 앨범 정보

발표연도 앨범
1978 시인의 마을
1980 사랑과 人生과 永遠의 詩
1983 떠나가는 배(이어도)
1985 북한강에서
1988 정태춘 박은옥 무진 새노래
1991 아 대한민국
1993 92년 장마, 종로에서
1995 정태춘 박은옥 - 20년 골든
2002 다시, 첫차를 기다리며
2012 바다로 가는 시내버스
2019 사람들
2020 정태춘-3집 LP(Remaster2020)

3. 대표곡 감상 / 가사 / 멜로디악보

 

1) 북한강에서

 

저 어두운 밤하늘에 가득덮인 먹구름이
밤새 당신 머리를 짓누르고 간 아침
나는 여기멀리 해가 뜨는 새벽강에 홀로나와
그 찬물에 얼굴을 씻고
서울이라는 아주 낯선 이름과 또 당신 이름과
그 텅빈거릴 생각하고
강가에는 안개가 안개가 가득 피어나고
짙은 안개속으로 새벽강은 흐르고
나는 그강물에 여윈 내손을 담그고
산과 산들이 얘기하는 나무와 새들이 얘기하는
그 신비한 소리를 들으려 했소
강물속으로는 또 강물이 흐르고
내맘속엔 또 내가 서로 부딪히며 흘러가고
강가에는 안개가 안개가 또 가득 흘러가고
아주 우울한 나날들이 우리곁에 오래 머물때
우리 이젠 새벽강을 보러 떠나오
과거로 되돌아가듯 거슬러 올라가면
거기 처음처럼 신선한 새벽이 있소
흘러가도 또 오는 시간과
언제나 새로운 그 강물에발을 담그면
강가에는 안개가 안개가 천천히 걷힐거요
흘러가도 또 오는 시간과 언제나 새로운
그 강물에 발을 담그면
강가에는 안개가 안개가 천천히 걷힐거요


2) 사랑하는 이에게

 

 

그대 고운 목소리에
내 마음 흔들리고
나도 모르게 어느새
사랑하게 되었네
깊은 밤에도 잠 못 들고
그대 모습만 떠올라
사랑은 이렇게 말없이 와서
내 온 마음을 사로잡네
음, 달빛 밝은 밤이면
음, 그리움도 깊어
어이 홀로 새울까
견디기 힘든 이 밤
그대 오소서 이 밤길로
달빛 아래 고요히
떨리는 내 손을 잡아주오
내 더운 가슴 안아주오

 


3) 정동진

 

텅 빈 대합실 유리창 너머 무지개를 봤지
끝도 없이 밀려오는 파도, 그 바다 위
소나기 지나간 정동진
철로 위로 화물 열차도 지나가고
파란 하늘에 일곱 빛깔로 워
아련한 얼굴 가슴 저미는 손짓으로 
물보라 너머 꿈결처럼 무지개를 봤지
조각배 하나 넘실대는 먼 바다 위
소나기 지나간 오후 중앙로
철교 아래 그 비를 피하던 네가
파란 하늘에 일곱 빛깔로 오
그리운 것이 저리 멀리 아니, 가까이
차마 다시 뒤돌아서 그 쌍무지개를 봤지
텅 빈 객차 달려가는 그 하늘 위

 


4) 촛불

 

소리없이 어둠이 내리고
길손처럼 또 밤이 찾아오면
창가에 촛불 밝혀두리라
외로움을 태우리라
나를 버리신 내 님 생각에
오늘도 잠못이뤄 지새우며
촛불만 하염없이 태우노라
이 밤이 다 가도록
사랑은 불빛아래 흔들리며
내마음 사로잡는데
차갑게 식지않지 미련은
촛불처럼 타오르네
나를 버리신 내 님 생각에
오늘도 잠못이뤄 지새우며
촛불만 하염없이 태우노라
이 밤이 다 가도록
사랑은 불빛아래 흔들리며
내마음 사로잡는데
차갑게 식지않는 미련은
촛불처럼 타오르네
나를 버리신 내 님 생각에
오늘도 잠못이뤄 지새우며
촛불만 하염없이 태우노라
이 밤이 다 가도록
촛불만 하염없이 태우노라
이 밤이 다 가도록

 


5) 봉숭아

 

초저녁 별빛은 초롱해도
이밤이 다하면 질터인데
그리운 내님은 어딜가고
저별이 지기를 기다리나
손톱끝에 봉숭아 빨개도
몇밤만 지나면 질터인데
손가락마다
무명실 매어주던
곱디고운 내님은
어딜갔나
별사이로 맑은달
구름걷혀 나타나듯
고운내님 웃는얼굴
어둠뚫고 나타나소
초롱한 저별빛이
지기전에
구름속 달님도 나오시고
손톱끝에 봉숭아
지기전에
그리운 내님도 돌아오소@
별사이로 맑은달
구름걷혀 나타나듯
고운내님 웃는얼굴
어둠뚫고 나타나소
초롱한 저별빛이
지기전에
구름속 달님도 나오시고
손톱끝에 봉숭아
지기전에
그리운 내님도 돌아오소@ 

 


6) 시인의 마을

 

 

1.창문을 열고 음-내다봐요 저 높은 곳에 우뚝걸린 깃발 펄럭이며
당신의 텅빈 가슴으로 불어오는 더운 열기의 세찬바람
살며시 눈 감고 들어봐요 먼 대지위를 달리는 사나운 말처럼
당신의 고요한 가슴으로 닥쳐오는 숨가쁜 벗들의 말발굽소리
누가 내게 손수건 한장 던져 주리오 내 작은 가슴에 얹져 주리오
누가 내게 탈춤에 장단을 쳐주리오 그 장단에 춤추게 하리오
나는 고독의 친구 방황의 친구 상념끊기지 않는 번민의 시인이라도 좋겠소. 나는 일몰의 고갯길을 넘어가는 고행의 방랑자 처럼
하늘에 빗긴 노을 바라보며 시인의 마을에 밤이오는 소릴 들을테요.
2.우산을 접고 비 맞아봐요 하늘은 더욱 가까운 곳으로 다가와서
당신의 그늘진 마음에 비뿌리는 젖은 대지의 애틋한 우수
누가내게 다가와서 말 건네 주리오. 내 작은 손 잡아 주리오
누가 내 운명의 길동무 되주리오 걸인시인의 벗 되주리오
나는 고독의 친구 방황의 친구 상념끊기지 않는 번민의 시인이라도 좋겠소. 나는 일몰의 고갯길을 넘어가는 고행의 방랑자 처럼
하늘에 빗긴 노을 바라보며 시인의 마을에 밤이오는 소릴 들을테요

 


7) 서해에서

 

눈물에 옷자락이 젖어도 갈 길은 머나먼데
고요히 잡아주는 손 있어 서러움을 더해 주나
저 사공이 나를 태우고 노 저어 떠나면
또 다른 나루에 내리면 나는 어디로 가야하나
서해 먼 바다 위론 노을이 비단결처럼 고운데
나 떠나가는 배의 물결은 멀리 멀리 퍼져간다
꿈을 꾸는 저녁 바다에 갈매기 날아가고
섬 마을 아이들의 웃음소리 물결 따라 멀어져 간다
어두워지는 저녁 바다에 섬 그늘 길게 누워도
뱃길에 살랑대는 바람은 잠잘 줄을 모르네
저 사공은 노만 저을 뿐 한 마디 말이 없고
뱃전에 부서지는 파도 소리에 육지 소식 전해오네

 


8) 떠나가는 배

 

저기 떠나가는 배 거친 바다 외로이
겨울비에 젖은 돛에 가득 찬바람을 안고서
언제 다시 오마는 허튼 맹세도 없이
봄날 꿈같이 따사로운 저 평화의 땅을 찾아
가는 배여 가는 배여 그곳이 어드메뇨
강남길로 해남길로 바람에 돛을 맡겨
물결 너머로 어둠속으로 저기 멀리 떠나가는 배
너를 두고 간다는 아픈 다짐도 없이
남기고 가져갈것 없는 저 무욕의 땅을 찾아
가는 배여 가는 배여 언제 우리 다시 만날까
꾸밈없이 꾸밈없이 홀로 떠나가는 배
바람소리 파도소리 어둠에 젖어서 밀려올 뿐
바람소리 파도소리 어둠에 젖어서 밀려올 뿐

 


9) 탁발승의 새벽노래

 

승냥이 울음 따라, 따라 간다 별 빛 차가운 저 숲 길을
시냇가 물소리도 가까이 들린다, 어서, 어서 가자
길섶의 풀벌레도 저리 우니 석가 세존이 다녀 가셨나
본당의 목탁소리 귀에 익으니, 어서, 어서 가자
이 발길 따라오던 속세 물결도 억겁 속으로 사라지고
멀고 먼 뒤를 보면 부르지도 못할 이름 없는 수많은 중생들
추녀 끝에 떨어지는 풍경소리만 극락 왕생하고
어머님 생전에 출가한 이 몸 돌계단의 발길도 무거운데
한수야, 부르는 쉰 목소리에 멈춰 서서 돌아보니
따라온 승냥이 울음소리만 되돌아서 멀어지네
주지 스님의 마른 기침 소리에 새벽 옅은 잠 깨어나니
만리길 너머 파도 소리처럼 꿈은 밀려나고
속세로 달아났던 쇠 북 소리도 여기 산사에 울려 퍼지니
생로병사의 깊은 번뇌가 다시 찾아든다
잠을 씻으려 약수를 뜨니 그릇 속에는 아이 얼굴
아저씨, 하고 부를 듯하여 얼른 마시고 돌아서면
뒷전에 있던 동자승이 눈 부비면 인사하고
합장해주는 내 손 끝 멀리 햇살 떠올라 오는데
한수야, 부르는 맑은 목소리에 깜짝 놀라 돌아보니
해탈 스님의 은은한 미소가 법당 마루에 빛나네

 


10) 92장마 종로에서

 

모두 우산을 쓰고 횡단보도를 지나는 사람들
탑골 공원 담장 기와도 흠씬 젖고
고가 차도에 매달린 신호등 위에 비둘기 한 마리
건너 빌딩의 웬디스 햄버거 간판을 읽고 있지
비는 내리고,
장마비 구름이 서울 하늘 위에,
높은 빌딩 유리창에
신호등에 멈춰서는 시민들 우산 위에
맑은 날 손수건을 팔던 노점상 좌판 위에
그렇게 서울은 장마권에 들고
다시는,
다시는 종로에서 깃발 군중을 기다리지마라
기자들을 기다리지마라
비에 젖은 이 거리 위로 사람들이 그저 흘러간다
흐르는 것이 어디 사람 뿐이냐
우리들의 한 시대도 거기 묻혀 흘러간다
워, 워
저기 우산 속으로 사라져가는구나
입술 굳게 다물고 그렇게 흘러가는구나
비가 개이면,
서쪽 하늘부터 구름이 벗어지고
파란 하늘이 열리면
저 남산 타워 쯤에선 뭐든 다 보일게야
저 구로 공단과 봉천동 북편 산동네 길도
아니,삼각산과 그 아래, 또 세종로 길도
다시는,
다시는 시청 광장에서 눈물을 흘리지 말자
물 대포에 쓰러지지도 말자
절망으로 무너진 가슴들 이제 다시 일어서고 있구나
보라, 저 비둘기들 문득 큰 박수 소리로
후여,깃을 치며 다시 날아오른다,하늘 높이
훠이, 훠이... 훠이, 훠이
빨간 신호등에 멈춰 섰는 사람들 이마 위로
무심한 눈빛 활짝 열리는 여기 서울 하늘 위로
한 무리 비둘기들 문득 큰 박수 소리로 
후여,깃을 치며 다시 날아오른다, 하늘 높이
훨, 훨, 훨

 


4. 아티스트 정태춘(박은옥) 노래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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